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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O 뜻, 패션의 역사로 들여다보는 문화 이야기

TPO 뜻 정의

TPO 뜻, 개념 정리
TPO 유래, 패션 역사
TPO를 통해 알아보는 패션 센스

우리는 옷을 잘입는 멋쟁이 하면 컬러플 하거나 매우 트랜디한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강렬한 매력을 내뿜는 사람들의 옷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시상식이나 기념식 같은 곳에서는 클래식한 옷을 입은 사람이 매력적이고 한여름 수상스키를 타는 바지에서는 검게 그을린 피부에 아무것도 안 입고 밑에 허름하고 통이 큰 반바지만 입은 사내가 멋있다.

영화를 보면 또 어떤가? 주인공이 멋있어야 할 영화에서 주인공이 옷을 엄청 트랜디하게 잘 입고 나오는 영화도 드믈다. 적에게 쫓기는 주인공이 입은 더럽혀진 나시티에 허름한 티셔츠는 또 왜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지. 왜그럴까? 그것은 TPO에 잘 맞춰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옷을 이쁘게 입는 것만으론 진정한 멋쟁이는 될 수 없다. 우리의 패션을 완성해줄 TPO에 대해서 알아보자.

TPO 뜻, 유래, 개념 정리

TPO 뜻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콩글리쉬다. 당연히 영어 사전에는 없다. TPO 뜻은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서 옷을 입는다는 의미로 드레스 코드를 지켜 옷을 입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TPO란 말을 쓰는 나라도 TPO 뜻을 이렇게 이해하는 나라도 아마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는 TPO의 유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TPO란 말을 처음 사용해서 퍼트린 주인공을 일본의 의류 브랜드 VAN으로 보고 있다. VAN의 역사를 보면 당시 상황과 TPO가 왜 쓰였는지 그리고 그 당시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잠깐 VAN에 대해 알아보자.

역사 속의 TPO 뜻, 숨은 의미

우리나라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처참했던 그 시절, 전세계 최빈국으로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그 시절, 일본은 약진 앞으로! 하던 때였다. 한국 전쟁이 한참일 1951년 오사카에 문을 열어 시작한 ‘시스 케스케’의 ‘이시즈 상점’은 경제 성장과 함께 54년 VAN JACKET 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이때 반 자켓 브랜드는 블레이저와 버튼 다운셔츠를 기반으로 한 아이비 리거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며 60년대에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반 자켓을 입고 종이가방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미유키 족이 유행이었다고 하는데 이들은 돈은 없지만 옷만은 잘 차려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특징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문 앞을 가리기만 할 뿐 사지는 않는 이들이 그 당시 거리 상인들에게는 골칫덩어리 였다고 한다. 아무튼 그만큼 반 자켓은 트랜드를 선도했던 기업이고 그들이 추구한 서구 패션 문화는 새로웠다. 그 당시까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매우 특별한 행사복 (장례식, 결혼식) 정도의 개념만 있었지 서구처럼 세분화되어 있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예상컨데 VAN JACKET은 아메리칸 식 스타일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들이 옷을 입는 문화 자체를 전파함으로써 옷에 대한 수요를 다변화하고 증폭시키려 하지 않았나 싶다.

놀러갈 때나 일 할 때나 운동할 때나 같은 옷을 입던 사람들이 각각 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서 옷을 입으려면 그만큼 필요한 옷이 기하급수로 많아질 테니 말이다. 그런 이유일까? 실제로 그 당시 VAN JACKET은 옷만 팔지 않고 코스메틱, 패션 액세서리까지 종합적인 패션 아이템을 다뤘고 맨즈 클럽이라는 매거진까지 제작하여 서구 문화를 소개하고 전파하였다.

TPO 뜻의 재해석

TPO 뜻 시간, 장소, 상황은 누구의 기준인가? 조선시대까지 우리는 유교 사상 아래 그 복잡한 예(禮)를 중시하며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상에 있어서는 그렇게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지 못했다. 물론 한복의 아름다움과 역사는 훌륭하지만 적어도 평민들에게 있어 옷은 따뜻하거나 시원하거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조선시대 이후 근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위의 VAN JACKET의 역사처럼 서구의 패션을 흡수 모방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한류와 함께 우리의 패션이 오히려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산업의 규모나 상품성에 있어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의 패션이 오히려 서양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국뽕에 취한 뉴스를 보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문화가 성숙한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온 기술과 지식, 철학 등이 뭉쳐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기술이나 제품은 눈에 보이는 것이니 잘 따라잡았다고 치고 TPO를 따지는 것처럼 형식도 어느정도 잘 따라잡았다고 치자 그런데 철학이나 지식은 어떨까? 그만큼 성숙했을까?

이쯤에서 나의 경험담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여행이 힘들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전세계를 누비며 살았다. 벌써 아득한데 아무튼 몇 년 전 일이다. 외국의 한 골프장을 갔었다. 동남아시아 골프장은 한국에 비하여 워낙 가격이 싸기 때문에 본전 생각에 한 번씩 가곤 했다.

한국에선 바쁘고 여력도 안 돼 골프를 잊고 살고 외국 갔을 때나 가끔 치다 보니 옷이나 아이템이 제대로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그때 함께 간 일행이 나보고 골프치는 자세가 안됐다며 일장 연설을 하며 타박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날 우리는 인원이 많아 홀 이동이 더디었기에 뒤에 치면서 따라오던 서양인 중년 부부에게 먼저 지나가도록 했다. 그 중년 부부는 특이하게도 골프와 거리가 먼 아주 프리한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아까 먹었던 욕이 생각나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골프를 다 치고 클럽하우스에 왔는데 아까의 기억 때문일까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우스에는 서양인, 아시아인 모두 섞여 있었는데 골프 웨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장착한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 뿐이었다.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아직은 멀었구나, 혹은 같아질 수는 없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서구 문화를 수용했고 거의 우리 문화를 잊어버리고 살 정도로 적응해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형식적인 부분에서 따라하는 것 만큼 의식적인 부분은 따라잡지 못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비단 옷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 산업, 행정, 교육, 문화 등 많은 것들이 서구의 것을 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다 급하게 따라잡느라 성숙되지 못한 면모를 보이고 있고 그만큼 진통도 끊이질 않는다.

시간이 주는 원숙함이란 절대적 요소가 있는데 그것을 뛰어 넘으려 하니 당연한 것 아닐까? 그러니 한편으론 같아질 수 없는데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옳은가 싶기도 하다. 그 탁트인 골프장에서 골프웨어를 풀 장착하고 골프를 치려고만 하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형식적인 부분에 더 치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TPO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자체가 오히려 우리를 센스 없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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