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 삐그덕 거리면 의례 레임덕 아니면 레짐 체인지란 말이 신문에 등장한다.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레짐 체인지란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무튼 레짐 체인지란 말이 그냥 해석을 하면 전체 문맥상 의외로 뭔가 매끄럽지 못할 때가 많다. 일반적인 뜻과 사용하는 사람의 사용 의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번 기회에 레짐 체인지의 뜻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레짐 체인지 뜻
레짐 체인지란 영어 해석을 그대로 하면 정권 교체다. Regime (정권) + Change (교체). 정권 교체야 선거를 통해 늘 있는 일인데 왜 굳이 레짐 체인지란 말이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레짐 체인지란 말이 의미하는 것이 야간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짐 체인지 어원과 유래
Regime 이란 말이 뜻하는 정권이란 한국 말로는 같은 정권이라고 해도 그렇게 좋은 뜻의 정부를 뜻하지 않는다. 권력을 쥔 집단을 의미하는데 ‘권위주의적 정권’이나 ‘무리’ 혹은 권력 집단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Regime’이라는 말이 사용될 때는 좋지 않은 이미지의 정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범죄 정권(Criminal Regime)’ 같은 경우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정상적으로 평화롭게 들어선 정권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럴 땐 government 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Regime’은 라틴어 단어 ‘Regere’에서 유래한다. Regere는 영어로 ‘to rule’, 즉 ‘지배·통치·규율’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Regere는 프랑스어에서 ‘자(尺)’을 뜻하는 Regel로 연결되고 이 단어는 영어의 Regulation(규정) 과 연결된다. 한마디로 다소 강압적인 느낌의 통제 권력의 느낌인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Military Regime, Authoritarian Regime, Communist Regime 등의 표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각각 ‘군사 정권’ ‘권위주의 정권’ ‘공산 정권’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말들로 보더라도 그다지 좋은 느낌의 사용은 아니며 대부분 정당하지 않은 정치 권력을 뜻한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외국에서 가장 많이 ‘Regime’이라는 단어를 쓴 시기도 역시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서 ‘Park’s Regime(박 정권)’이라 지칭됐었다. 따라서 레짐 체인지란 부당한 정권이 교체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레짐 체인지의 역사
사례 조사를 해봐도 레짐 체인지란 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정확하진 않다. 다만 정황상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미국 건국 이후 미국의 초창기에는 해군이 없었고 배가 있기는 하지만 군사적으로 봤을 때는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미국 초창기에는 당시 최상의 해상 전력을 자랑하던 영국의 해군 보호를 받으며 뱃길을 다녔는데 미국이 영국한테 세금 받치기 싫다고 들이받은 통에 영국의 보호 없이 뱃길을 다녀야 되는 신세가 됐었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만 해도 해적이 실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시기라 해적들이 영국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국 배를 가만 둘리 없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툭하면 해적들이 미국 배를 침략하고 선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미국과 협상을 해서 돈을 뜯어내니 미국 입장에서는 여간 짜증나는 상황이 연출됐다.해적들의 횡포가 너무 거세지자 급 기하 미국도 이대로 가다가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해군을 창설해버렸다.
그리고 열심히 전투력을 보강한 뒤 해적들에게 쳐들어 갔는데… 뭐 결론은 미국의 대 승이었다. 이때 미국에서 자주 사용하던 말이 레짐 체인지였고 이때부터 해적들과 비교할 만한 못된 권력 집단을 그냥 갈아 엎어버린다는 의미로 레짐 체인지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이후 레짐 체인지란 말이 계속 쓰이고 있는데 대체로 내부 세력이 아닌 다른 나라 외부 세력이 의도적으로 정권을 교체해버릴 때 레짐 체인지란 말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