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 고문관에 대한 이야기다. 나 또한 군대를 다녀왔기에 기억에 남는 고문관이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다른 부대에서 문제가 많아 내가 복무하던 소대로 오게 되었는데 이미 올때부터 전 부대에 있었던 나쁜 이야기들이 중대 내에 퍼져서 딱히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모두들 안 좋은 시선을 보냈다.
나와 군번상 동기였기에 많은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 친구는 남은 기간 얼마 안 남았으니 조용히 생활하다 전역하는 것을 목표로 생활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랬었는데… 그랬던 친구가 어느 날 고참들의 가혹행위를 상급부대에 폭로하면서 부대는 발칵 뒤집혔고 결국 소대원들은 산산 조각나서 다른 부대로 전역을 가게 되고 말았었다.
사람들은 문제 있는 친구가 그럴 만한 짓을 역시나 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사건의 전말이야 뒤로하고 그 친구는 제대를 얼마 안 남긴 시점에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모두가 고문관이라고 낙인을 찍었기 때문에 진짜 고문관이 되어버리건 아닐까? 우리는 비교할 것이 없으면 우리 자신의 크기도 속도도 방향도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주변의 시선 속에 우리 자신의 본질도 달라지지 않나 싶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이론 중에 하나가 스티그마 효과 (Stigma Effect) 다. 스티그마 효과는 개인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곤 하는 사회 현상 중 하나이다. 사고유발자의 지식 브리핑 이번엔 스티그마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스티그마 효과 (Stigma Effect) 뜻, 개념 정리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자신도 모르게 행태가 나쁜 쪽으로 변해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어떤 특정인 혹은 주변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같은 취급을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좋던 싫던 프레임이 씌워지면 결국 그 사람은 그에 걸맞은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스티그마 효과는 미국의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 (Howard Paul Becker)에 의해서 주장된 낙인 이론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낙인 이론은 부정적 시선으로 인한 부정적 변화를 주로 다루는 내용으로 스티그마 효과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좋다. 스티그마 효과는 충분히 좋은 의미로의 변화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 부정적 방향으로 스티그마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스티그마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는 흔히 거론되는 개념으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 지속적으로 희망하고 원하면 이뤄진다는 개념인데 한가지 구분해야 하는 것은 스티그마 효과는 변화를 촉발하는 주체가 3인칭 다수이고 피그말리온 효과는 통상적으로 1인칭, 즉 자신이 주체이다. 칭찬 효과와 함께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 밖에 사람들의 비 합리적인 선입견과 편견이 발휘되는 원리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초두효과, 최신효과, 후광효과에 관한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스티그마효과 (Stigma Effect) 어원과 유래
‘스티그마’는 고대 헬라 사회에서 노예나 죄수, 범죄자, 윤리·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의 신체에 찍는 일종의 ‘낙인'(烙印)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스티그마’ 라는 말 자체가 빨갛게 달군 인두를 가축의 몸에 찍어 소유권을 표시하는 낙인을 뜻한다.
아무튼 고대인들은 형벌의 한가지 형태로 치욕, 오명, 오점, 불명예를 얼굴에 드러낸 살도록 했고 그로 인해 평생을 낙인 찍힌 상태로 살도록 했다. 고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형벌은 매우 큰 벌 중에 하나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성범죄자에게 채우는 신상 공개 및 전자 발찌 정도 되겠다.
하워드 베커(Howard Paul Becker.1899.12.9∼1960.6.8)
낙인 이론을 주장한 하워드 베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미국의 사회학자인 하워드 베커는 시카고대학에서 R.E.파크에게 지도를 받았으며, 1937년부터 위스콘신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미국사회학의 지도적 이론가로서 M. 베버·L. 비제로 대표되는 독일사회학과 나아가 G.H. 미드ㆍF.W. 즈나니에츠기ㆍW. 토머스의 영향을 받았다. <지식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사상>(1938)은 명저로 일컬어진다. E.A.로스의 조직사회학을 이어받고, 1932년 독일의 비제와 협동으로 <조직 사회학(Systematic Sociology)>을 출간하였다. 사회행위이론을 사회 변동론에 적용하여 미국의 이론사회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의 행위이론은 C.H.미드의 행위주의적 심리학, M.베버의 수단․목적의 유형(類型) 개념, F.즈나니에츠키의 자연적․문화적 체계에의 인간행위의 결합, W.토머스의 4가지 소망설 등을 종합한 것이다. 사회제도에 대하여도 깊은 관심을 보여 독일청소년운동의 답사연구, 독일 빈농의 연구, 고대 그리스 사조의 해명을 이룩하였다.
하워드 베커의 낙인 이론 주장
1960년대, 하워드 베커(Howard S. Becker)에 의해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이 등장하는데, 제도·관습·규범·법규 등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들이 오히려 범죄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결국 스스로 범죄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당사자의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거나 반도덕적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렇게 규정함으로써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티그마 효과의 밝은 버전 ‘피그말리온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사회 심리 효과이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의 이름이다. 조각가인 그는 여자를 싫어해 독신으로 살았는데, 대신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빚었다. (오늘날로 치면 심각한 오타구였던 것 같다.) 그는 조각상이 아내였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확실하다 오타쿠다)
그의 마음을 읽은 사랑의 신 비너스 (아프로디테)가 소원을 들어줘서 그 여인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줬고 둘은 매일매일 밤에 (-삐)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다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 후 진심으로 원하면 이뤄진다는 의미로 사람들 사이에 사용되었다. 학술적으로 규정되는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는 해당 구성원을 낙인 찍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기대나 관심을 보이게 되면 이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팀 리더와 팀원 간의 관계 속에서 팀원에 대한 리더의 긍정적인 기대가 팀원의 성과와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조직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서양에만 있는 이야기인가? 동양, 그 중에서도 우리 나라는 사실 훨씬 전부터 이런 심리 효과를 지적한 바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쁘다, 이쁘다 하니 이쁜 짓만 한다’ 이런 말이 뜻하는 것이 모두 파그밀리온 효과다.
1) 스티그마 효과 사례 ‘범죄의 꼬리표’
스티그마 효과는 불행히도 부정적인 낙인의 결과물을 낳기 쉽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범죄인 양성이다. 한 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신창원의 경우도 스티그마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창원은 어머니가 없는 가난한 집의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때 교사로부터 “돈 없으면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으니 꺼져버려”라는 굴욕적 말을 듣고 마음속에 서서히 악마가 자라났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만약, 주위에서 격려가 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주었더라면 범죄자의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행청소년들은 특히 스티그마 효과, 낙인 효과가 투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일부 비행 청소년들이야 안 그럴지 몰라도 대부분의 비행 청소년들은 성장 과정에서의 실수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부정적인 편견은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의지를 꺾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편견은 결국 그들을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 스티그마 효과 사례 ‘실패의 꼬리표’
‘그럼 그렇지’, ‘니가 그렇지’ 이런 말들을 우리는 별 생각없이 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대단히 위험한 말이며 무책임한 말이다. 분명 마음 속으로는 응원을 하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입버릇처럼 했다면 반드시 고치도록 하자. 계속해서 무시하는 말, 평가절하하는 시선을 받게 되면 누구든 위축되고 패배주의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실패의 꼬리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동이다. 가장 안 좋은 결과는 다시 도전하려는 마음 조자 없애 버린다는 것이다.
3) 스티그마 효과 사례 ‘선입견의 꼬리표’
스티그마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케이스는 우리의 선입견, 획일화된 평가 습관도 해당된다. 이것은 누군가를 낙인 찍어서 악영향을 주는 케이스보다 더욱 광범한, 어쩌면 사회 전반적으로 더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취업 시장에서 경력직이 신입보다 훨씬 효율성이 좋고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 혹은 나이가 많은데도 취업 경력이 없다면 무엇인가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보는 선입견 등이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실제 취업 시장에서 응시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취업이 잘 안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 외에도 획일화된 선입견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엄청나게 많다. 예전엔 고아원 출신은 부모의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해 인성이 좋지 못하다는 선입견으로 대했던 적도 있었다. 실제로 고아원 출신의 다소 질 안 좋은 사람들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런 말들도 사라졌고 그런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람은 밥만 먹고 살지 못한다. 칭찬도 기대도 사랑도 모두 사람이 먹어야 할 양질의 영양분이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심리적 영양 실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자. 당신의 따뜻한 한마디에 그 사람은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밥을 사주는데는 돈이 들지만 칭찬과 응원은 돈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