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소비도 급감하고 있는데 반해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제품들의 가격은 내릴 줄 모르고 오히려 올라가는 경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명품들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 시장 경제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질까? 소위 베블런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베블런 효과란 무엇이고 왜 생겼으며 마케팅 세계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 뜻, 개념 정리
베블런 효과는 사람들의 선호가 제품의 효용성 및 가치가 아닌 제품의 가격에 연동, 즉 가격에 따라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제품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높은 가격은 분명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기 마련인데 역설적으로 비싼 제품의 구매가 구매자의 능력을 상징하게 되어 사람들의 과시욕을 자극한다는 것.
이는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와 같은 집단, 같은 부류라고 착각하는 환상 또는 믿음을 갖게 되는 일명 파노플리 효과 (Panoplie Effect)에 뿌리를 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베블런 효과’를 말할 때 비슷한 효과로 ‘스노브 효과’를 함께 거론하곤 하는데 ‘스노브 효과’란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어느 순간 그 제품의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스노브 효과를 일으키는 일명 속물 (스놉)들은 계급론 적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을 일반 대중과 구분하고 더 높은 계급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심리가 발동해서 대중적인 제품은 일부러 거부하고 희소성 있고 비싼 제품을 과시의 목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베블런 효과’와 ‘스노브 효과’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는 둘 다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바탕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되겠다.
베블런 효과의 어원과 유래
베블런 효과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은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년)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언급했다. 보다시피 베블런 효과는 이를 처음 주장한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의 저서에서 호사품을 예로 들어 값이 비쌀수록 가치가 커지는 ‘과시적 소비’를 설명했다. 또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충분한 부를 가진 상류층에서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타인을 의식하며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비싼 물건을 소비한다고 꼬집었다.
베블런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세가지 조건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흉내 내며 가격만 비싸게 붙인다고 해서 무조건 베블런 재 (Beblen Goods)가 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니까!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베블런 재로 선택 받는 제품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 희소성 : 제품의 희소성이 담보될 때 베블런 재가 되기 싶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희소성을 갖춘 베블런 재들은 수공예품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거나 힘든 장인의 숨결이 넘치는 제품이어야 할 것이다.
- 역사성 : 보통 명품 브랜드의 경우 신생 브랜드인 경우는 드물다. 이것은 희소성과도 연결되는 사항인데 명품 브랜드를 따라해서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그 브랜드가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게 그 제품을 생산해온 역사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 상징성 : 베블런 재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과시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구매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비싸게 주고 제품을 샀는데 그게 무슨 제품인지, 무슨 브랜드인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면 자랑할 수가 없지 않은가?
베블런 효과가 적용된 제품 예시, 사례 소개
어떤 제품이건 베블런 효과가 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이 대체로 적용되기 쉬운그런 제품군이 있으며 대놓고 베블런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을 벌이는 브랜드가 다수 포진한 산업군이 있다. 예를 들면 미술작품군, 보석류, 명품 수공예 제품군, 고급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기술 제품군 등이 그것이다.
1. 베블런 효과 사례 ‘명품 패션 브랜드’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가 경기 침체라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 제품들이 있다. 소위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이다. 샤넬은 올해 5월 핸드백 중 소비자가 가장 탐내는 클래식백과 보이백, 가브리엘백의 가격을 17% 인상했다.
샤넬의 클래식백 가격은 1955년 처음 출시됐을 때 154파운드(약 23만원)였지만, 1990년대에는 810파운드(약 122만원)로 뛰었고, 현재는 가장 작은 모델이 2610파운드(약 394만원)다. 샤넬 대변인은 “코로나19 위기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서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똑같이 조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는데 글쎄 그걸 누가 믿을까? 한 두번 이라야 믿지!
2. 베블런 효과 사례 ‘명품 시계’
명품 시계 쪽은 어떤가? 2020년 1월 1일자로 명품 시계의 대명사 로렉스 코리아에서 공식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그냥 올리는 것도 아니다 안 그래도 비싼데 한 번에 5~7% 폭으로 올린단다. 인상폭을 적용하면 롤렉스 대표 모델인 서브마리너 논데이트는 909만원에서 1037만원으로 오르고 스틸 블랜 모델은 960만원에서 1088만원으로 오른다.
일반적인 상품이라면 이런 상승폭은 바로 돌팔매를 맞을 일이지만 베블런 효과를 대놓고 활용하는 마케팅 덕에 명품브랜드는 가능하다. 매번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니 그 상승폭이 중고 시세가 떨어지는 것보다 더 앞서기 때문에 사 놓고 나면 오히려 중고 제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계 수집을 할 때 재태크 목적으로 구매를 하기도 한다.
3. 베블런 효과 사례 ‘명품 슈퍼카’
고가의 자동차라고 하면 보통 벤츠나 아우디 같은 명차 브랜드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베블런 효과의 끝판왕들은 그런 고급 양산차 브랜드가 아니다. 멕라렌, 부가티, 코니세그 같은 일명 슈퍼카라고 불리는 자동차 브랜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BMW 같은 브랜드도 플래그쉽 모델이라 해봐야 1억 ~ 3억 정도 사이지만 슈퍼카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부가티나 멕라렌 같은 경우 대략 30억 ~ 60억대 가격을 자랑한다. 왜 이렇게 비쌀까? 위에 언급한 대로 베블런 재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일단 모두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기 때문에 1년에 몇 대 생산을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주문자 요구 사항에 맞춤형으로 제작되고 그로 인해 같은 모델의 가격도 만들 때마다 몇 십억 씩 널뛰기를 한다.
코니세그 같은 경우 공식 기록 457km/h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 인식되어 있기에 유명세는 말해 뭐하겠는가? 이런 슈퍼카가 베블런 효과의 끝판 왕인 이유는 살 때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고 난 다음에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차고도 필요하고 관리 유지비도 만만치가 않은데 정기 점검만 봐도 이런 슈퍼카들은 제작사가 있는 본국으로 비행기로 이송하여 정비를 받게끔 계약을 맺는다.
한번 정기점검을 받는 데만 수천만원이 깨진다. 이렇게 유지비도 비싼데 정작 슈퍼카 오너들은 차를 자주 타지도 않는다. 어떤 차주는 외국 본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가끔 비행기를 타고 방문해서 한 번씩 탄다고 할 정도.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부분 차고에 박아 놓고 타지 않는다. 한국의 도로는 방지턱이 너무 높고 많기 때문에 이런 슈퍼카는 한번 잘못 길을 들어서면 바닥을 긁고 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싸고 타지도 못할 슈퍼카는 베블런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의 정수다.
4. 베블런 효과 사례 ‘아이폰’
엄청나게 비싼 슈퍼카나 명품백 같은 것에만 베블런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의외로 대중적인 제품 군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이 되겠다. 에이 스마트폰은 전 국민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무슨 소리냐! 라고 할 분들도 있을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이폰을 누구나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애플의 아이폰 하면 소위 말하는 프리미엄 폰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는가? 그도 그럴 것이 가격대를 보면 항상 삼성의 스마트폰보다 비싸다.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특히 비싸다. 지난 애플의 아이폰 X 출시 때만 해도 애플이 한국에서 베블런 효과를 노린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출고가 기준 64GB 모델 142만 원, 256GB 모델 163만 원이었는데 그 가격은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다른 스마트폰 주변 기기 생태계 제품들과 절대 호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베블런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아주 높은 상위 클래스에서의 베블런 효과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클래스의 제품들에서도 베블런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5. 베블런 효과 사례 ‘프리미엄 아파트’
사치품에서만 베블런 효과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집, 바로 주택 시장에서도 베블런 효과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존재한다. 교통, 평수 크기, 생활 편의 시설, 학군, 집 디자인 등등 이러한 이성적인 조건들에 부합하는 집을 찾기 마련이다.
조건을 만족시키면 선호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대부분의 집값은 그에 상응하여 형성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집들도 있다. 한때 부자의 상징과도 같았던 강남 타워팰리스 아파트의 가격은 주변 집값 시세와 이성적인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뿐인가? 보급형 아파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똑같은 위치에 나란히 아파트가 있어도 힐스테이트, 자이 아파트는 유난히 비싸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처도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난다. 또 거리는 불과 1km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강남이냐 아니냐로 엄청난 가격차가 나기도 한다. 실례로 도산대로 주변 집값과 바로 다리 건너 성수동의 집값 차는 어마어마하다. 상징성이란 이처럼 베블런 효과가 발동하기 좋은 조건이다.